수탁자에게 귀속되는 신탁재산을 위탁자의 조세채권을 사유로 압류하는 것은 제3자의 재산을 대상으로 한 압류처분으로서 당연무효하며, 위탁자에 대한 조세 채권이 신탁법 제22조 제1항의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로서 강제집행 허용되는 대상이라는 주장 또한 인정할 수 없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부동산의 신탁 및 그에 부수하는 업무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2001. 7. 11.
노일래와
서울 강동구 천호동 453-19 대 2204㎡(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 및 그 지상에 건축될 집합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에 관하여,
노일래가 이 사건 토지를 원고에게 신탁하면 원고는 그 지상에 건물을 신축하고 이를 분양하기로 하는 내용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원고 명의로 2001. 7. 12. 신탁을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2004. 2. 13.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각각 마쳤다.
나. 이 사건 건물은 총 673호실인데, 그 중 375개 호실만 분양되고 나머지 298개 호실은 미분양된 관계로, 위탁자인
노일래는
지방세법 제107조 제2항 제5호(2010. 3. 31. 법률 제10221호로 개정되기 전에는 제183조 제2항 제5호)에 따라 이 사건 건물 중 미분양된 부분에 관한 재산세의 납세의무자가 되었다. 그런데
노일래가 위 부동산에 관한 2005년 이후의 재산세 1,269,314,660원을 체납하자, 피고는 이를 피보전권리로 하여 2012. 3. 16.
지방세기본법 제91조 제4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79조에 따라 원고 명의의 별지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압류(이하 ‘이 사건 압류처분’이라 한다)하고 이를 원고에게 통지하였다.
【인정 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이하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내지 5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압류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부동산은
노일래가 원고에게 신탁한 재산으로서 원고의 소유인데,
노일래에 대한 조세채권에 기한 이 사건 처분은 타인의 재산에 대한 압류이므로 무효이다.
2)
신탁법 제22조 제1항은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는데, 피고의
노일래에 대한 재산세 채권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3)
노일래의 원고에 대한 조세비용지급청구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를 대위하여 한 이 사건 압류처분은 효력이 없다.
나. 피고의 주장
1)
노일래가 체납한 재산세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발생한 당해세이므로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의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해당한다.
2) 가사
노일래에 대한 재산세가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노일래는 원고에 대하여 그들이 체결한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에 따른 조세비용지급청구권이 있고, 피고는
노일래에 대한 조세채권자로서
노일래의 원고에 대한 조세비용지급청구권을 대위행사하면서 이를 보전하기 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압류한 것이므로 이 사건 압류처분은 적법하다.
다. 관련법령
◎ 신탁법
제22조(강제집행 등의 금지)
①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이하 “강제집행등”이라 한다) 또는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 다만,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지방세기본법
제91조(압류의 요건)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세무공무원은 납세자의 재산을 압류한다.
1. 납세자가 독촉장(납부최고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받고 지정된 기한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징수금을 완납하지 아니할 때
라. 판단
1)
노일래에 대한 조세채권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압류할 수 있는지 여부
가) 체납처분으로서 압류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지방세기본법 제91조 제1항은 압류의 대상을 납세자의 재산으로 국한하고 있으므로, 납세자가 아닌 제3자의 재산을 대상으로 한 압류처분은 그 처분의 내용이 법률상 실현될 수 없는 것이어서 당연 무효이다(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두15151 판결 참조). 그리고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여 당사자 사이에 신탁법에 의한 신탁관계가 설정되면 신탁재산은 수탁자에게 귀속되어 신탁 후에는 위탁자의 재산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신탁재산의 위탁자가 납세자라 하더라도 위탁자에 대한 조세채권에 기하여 수탁자에게 귀속되는 신탁재산에 대하여 압류하는 것은 제3자의 재산을 대상으로 한 압류로서 효력이 없다(
대법원 1996. 10. 15. 선고 96다17424 판결 참조).
나) 그런데 이 사건 부동산이 원고가
노일래로부터 신탁을 받은 것으로서 원고의 소유라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가
노일래에 대한 조세채권에 기하여 원고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한 이 사건 압류처분은 타인의 재산을 대상으로 한 압류로서 무효이다.
2)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압류할 수 있는지 여부
가) 신탁법에 의한 신탁재산은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귀속되고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그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이 아닌 점(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54276 판결 등 참조),
신탁법 제22조 제1항은 신탁의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하기 위하여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에서 예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 또는 경매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는 수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만이 포함되며 위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고(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두11006 판결 등 참조), 위탁자에 대한 조세채권에 기하여서는 수탁자 소유의 신탁재산을 압류할 수 없다(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0다67593 판결 참조).
나) 살피건대, 위탁자인 피고의
노일래에 대한 재산세 채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신탁법상 예외적으로 강제집행이 허용되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신탁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압류처분은 효력이 없다.
3) 피고가
노일래의 원고에 대한 조세비용지급청구권을 대위하여 지방세기본법에 따라 압류처분을 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
채권자대위권은 채권자가 자기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그의 채무자에게 속하는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벗어나 행사할 수 없으므로, 대위하고자 하는 채권을 실현하기 위한 책임재산의 보전 및 강제집행절차는 그 피대위채권의 성질에 따라 제3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살피건대, 설령
노일래의 원고에 대한 조세비용지급청구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사인간의 계약인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에 기한 민사채권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노일래를 대위하여
노일래의 원고에 대한 조세비용지급청구권을 보전하려면 민사집행법 규정에 따라 가압류 등의 절차를 통하여 할 수 있을 뿐, 직접 제3채무자인 원고의 재산을 압류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에 대한 집행권원도 획득하지 않은 채 원고의 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을 지방세기본법 규정에 따라 압류하였는바, 이는 압류의 절차 및 대상에 하자가 있고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